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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또 다시 / 임창정 본문

일상/사는 이야기

그때 또 다시 / 임창정

눈빛포스 2010. 8. 23. 17:29

 

  

 

 

 

 


 그때 또 다시 / 임창정


니가 없는데도 해는 뜨고 또지고
창넘어 세상은 하나 변한게 없어
삼켰었던 내 슬픔이 갑자기 터져왔어
내가 살고 싶던 삶이란 이게 아닌걸


아마도 운명이 나를 잘 몰랐기에
우리의 인연을 엇갈리게 했나봐
이 세상에서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건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함께 있는것

하지만 난 사랑했잖아 살아있었던거야
네 곁에서 함께 했던 날 동안


그걸로 됐어 나를 완전히 태울 수 있었던
축복을 내게 줬으니 참아볼께 잊어도 볼께
널 위해서라면 허나 그래도 안되면 기다릴께
그때 또 다시

온몸에 품어도 바람은 흘러가고
밤새워 지켜도 꽃은 시들겠지만
하늘아래 니가 있어 오늘도 난 눈부셔
널 향한 마음엔 시작만 있는 이유로

하지만 난 사랑했잖아 살아있었던거야
네 곁에서 함께 했던 날 동안

그걸로 됐어 나를 완전히 태울 수 있었던
축복을 내게 줬으니 참아볼께 잊어도 볼께
널 위해서라면 허나 그래도 안되면 기다릴께
그때 또 다시

나를 떠나도 그걸로 됐어
나를 완전히 태울 수 있었던 축복을 내게 줬으니
참아볼께 잊어도 볼께
널 위해서라면 허나 그래도 안되면
기다릴께 그때 또 다시

 


 

 

 

 

 

 

 

 

 

여느때처럼 지하철은 칙칙폭폭 지루하게 선로를 달리고 있다.

뒤로가지도 하늘을 날지도 않는다.

네모난 상자에 빽빽이 들어찬 시든귤처럼,

혹은 나무궤짝에 겹겹이 줄 맞춰 누운 죽은 갈치처럼 실려

나는 영혼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떠밀리거나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말고,

지금 여기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지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안녕, 보고싶었어"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生이 아닐지라도 잘 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라도,

어떠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겨버릴 수 있다는 것을

어렸었던 그 때는 몰랐지만,

알아버린 지금의 나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울음으로라도 토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울 준비는 되어 있다

텅빈 마음을, 그 어떤것으로 채울 수 없는 그 마음을

끝없는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말라 비틀어진 심장을 위해,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너를 위해서 얼마든지 울어줄 자신은 있다.

네가 무척이나 그리운 날이었다.

오늘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지만

너무 행복했던 날이었지만

유난히도 무척이나 네가 그리웠던 날이었다.

없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괜히 헛된 기대를 가져본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너는 이제 나에게 타인인것이다.

내 마음인 것 마냥, 내 마음인 것 처럼 끊임없이 갈구하고,

사랑하고 원하고 애달파했으나

너는 이제 나에게 지나간 타인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열병은 이제 끝난건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순서처럼 사랑하다, 미워하다, 헤어진 우리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으니 이제는 정해진 순서대로

미워하다, 그리워하다, 아무렇지 않아져야 할텐데.

그렇게 되기엔 우린 너무 많이 좋아했나 봅니다

그대에게 다른 사랑이 왔다 가고,

나에게도 마침내 다른 사랑이 찾아왔는데

아직도 그대를 마주치는 날은 이유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고

아프다는 말보다는 조금 더 욱신거리는 무엇이 있다고







많은 일이 있어 조금은 우울하고, 조금은 외롭고 허전했다.

그러나 눈에 비치는 풍경은

마음의 풍경을 압도하는 역동적인 움직임....

그런때 나는 늘 무언가 거대한 것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새하얘진다.

충족감. 지금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이 말밖에 없다.


그 광경에, 가슴이 메였었다.

어렸을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로 가슴이 멜 수 있는,

그런 순간이 내 인생에 찾아왔었다는 것이 그저 한없이 기뻤었다.

그날부터 누나의 반대를 접고 심심하면 전화를 걸게 되었다.

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길 다행이라고 늘 생각했다.

사람이 마음속의 어둠을 드러낸 흔치않은 순간이었다.

눈을 돌려버리기는 쉽지만,

더욱 깊은 곳에는 갓난아기처럼 사랑스러운 것이 숨어 있었다.

내 자양분이 될 쓸쓸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나중에 되새겨 보니, 꽤 오래된 일이었던 것 같다.

집중했던 즐거운 추억은 왜

나중에 돌아보면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이 김재권-



살다 보면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별 소식이 없는 듯 이리 살아도
마음 한편엔 보고픈 그리움 두어
보고 싶을 때면 살며시 꺼내보는
사진첩의 얼굴처럼 반가운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참동안 뜨음하여 그립다 싶으면
잘 지내느냐고 이메일이라도 띄워
안부라도 물어보고 싶어지는
풋풋한 기억 속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왠지 붙잡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만 잊은 듯하여도
문뜩 문뜩 생각에 설렘도 일어
그렇듯 애틋한 관계는 아닐지라도
막연한 그리움 하나쯤은 두어
가슴에 심어두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소식이 궁금해지면
잘 있는 거냐고, 잘 사는 거냐고
휴대폰 속에 젖은 목소리라도
살포시 듣고 싶어지는 사람
그 사람이 정말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인지「소수를 위한 詩」2003년 8월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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