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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에서의 느낌

p가 ......

눈빛포스 2009. 9. 3. 20:04

 p 가 자살했단다.                        

 

 어릴적 뛰어놀고 자랐던 대촌리 폐가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그 조카인 봉균이 한테 전화를 하더니 "나 지금 농약을 먹었으니 .." 와보라길래 헐레벌떡

 뛰어가보니 농약병을 내팽겨치고 신음을 하고 있더란다.

 119로 긴급수송을 하고 응급 조치를 취했지만 끝내 숨졌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바로 어제오후에 내 사무실에 와서 오토바이를 한대 사야겠다며 인터넷을 뒤적거렸는데

하룻밤사이에 고인이 되었다.

인생사 ......하룻밤 사이라는것을 느낀다.

부디 그 한많은 인생 뒤로하고 영면하시길 빈다.

 

앨범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사진 몇장이 눈에 뜨이는데 p가 찍어준 사진이다.

20여년전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때 틈만나면 집엘 찾아와 어울렸던 집안 아저씨다.

 

 

                                                                                    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p가 고맙다.

 

        살벌하게 추운 날씨인데 아주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보니 헬맷을 쓴사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를 타고오고 있다. 동네 집안 아저씨다.

         노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몸이 좋지 않아서 시골에 내려와 요양한지 2년이

         다되어간다.

 

        존칭은 생략하기로 하고 아저씨를 p라고 해보자.

        오늘도 어김없이 "뭐하냐"소리가 들린후 삐걱거리며 방문이 열렸다.

        그런데 오늘따라 앞가슴에는 커드만한 카메라가 메어져 있었다.

        망원렌즈가 달려있는 고급카메라로 아주 비싼것이라며 입이 달토록 설명을 하는데

        빛의 조절 ,거리조절, 클로즈업 시킬때의 자세등등 여러가지 얘기를 하는데 해박한

        지식에 문외한인 나로써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사진좀 찍어 달라고 했다.

        피씩 웃으며 p는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카메라 앞에 옹졸한 모습으로 폼을 잡아 봤다.

        

       급한 볼일이 있어 밖엘 나갔다 오니 티비위에 여러장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 사이에  사진을 빼가지고 다녀 간 모양이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사진을 한장 두장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급 실망이다.

        사진은 잘나온것 같은데 사진속에 나온 나의 모습은 고약하고 험악한 인상에

        사람을 피곤하게하는 흉물스러운 이미지 들이었다.

 

        찬바람이 휙휙 넘나들 정도로의 따스한 인간미는 찾아볼수 없는 나의 요즈음의

        모습들...................

 

        나를 되돌아 보게해준 p가 고맙다.

 

 

                                                                      1993년 일기

 

 

 그의 이름 박종하,

 어릴적 유난히 팽이를 잘만들었었는데....

 

 그리울 겁니다.

 잘가세요.

 

사랑하던 여인을 못내 그리워 했던 아저씨.

 노래한곡 들으시면서 편안히 눈감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