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ive one life

나른한 오후 ...베껴 쓰고...그냥 껄적거리고 본문

일상/일상에서의 느낌

나른한 오후 ...베껴 쓰고...그냥 껄적거리고

눈빛포스 2009. 7. 19. 16:26

 

 

원 게시물을 보시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 집 큰아이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니까 삼십 년쯤 전 얘기가 되겠네요.

 

         학교에서 가을 운동회를 한다기에 구경을 갔습니다.

         마침 일학 년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더군요.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더란 말입니다.

         “달리기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는 곧장 “달리기를 겨룬다[競走].”로 알아듣지요.

          운동회에서 그냥 달리기만 하는 건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만큼 우리 머리는 ‘겨루기’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아무튼, 일학년 꼬맹이들이 다섯인가 여섯인가 한 팀을 이루어 달리는데.

          한 사내아이가 뛰어난 솜씨로 앞서 나가며 힐끔 힐끔 뒤돌아보는 모습이 참 귀엽더군요.

          그렇게 중간쯤 달렸을까요?

          혼자서 일등으로 달리는 아이 뒤를 나머지 고만고만한 것들이 무더기를 이루어 따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 계집아이가 운동장 바닥이 울리도록 오지게 넘어지는 것이었어요.

          모두들 깜짝 놀랐고, 선생님 한 분이 현장으로 달려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일등으로 앞서 가던 사내아이가 주춤거리며 걸음을 멈추더니 글쎄

          그 넘어져 있는 아이한테로 뒤돌아 달려가지 뭡니까?

 

          가서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뭐라고 말하면서 그 손을 잡고,

          제 동무가 절름거리니까 저도 절름거리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거예요.

          저에게는 너무나도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지금 그 광경을 회상만 하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당연히 그 아이는 제 동무와 함께 꼴찌를 했지요.

         나중에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교장이라면 저 녀석에게 최고 일등상을 줄 텐데,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아마도 틀림없이, 그날 녀석은 어른들에게 꾸중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끔한 충고를 들었을 거예요.

         그러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제 밥도 찾아먹지 못해서야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 작정이냐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그 장면이 제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이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에게만은, 그날 두 아이가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해준 천사들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봐라, 아름답지 않냐? 저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 수 있다. 저렇게 살아야 그게 사람이다.”


       주님의 도우심과 이끄심으로 저는 아직 누구와 무엇을 놓고 다투거나 겨룬 적이 없습니다.

       모르지요, 저도 모 르게 그런 적이 있었는지, 그건 모를 일입니다만,

       무슨 장(長) 자리를 놓고 겨루거나 무슨 상을 타기 위해 상대와 겨루어본 기억이 없어요.

       천행(天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   통령 김 영삼 씨가 ‘우르과이 라운드’를 당면하여 “바야흐로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고 선언했을 때 저는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더군요.

       그 말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적절히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쟁도 그냥 경쟁이 아니라 무한 경쟁이라니!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 무렵 어느 재벌 총수가 TV에 나와서 일등 아니면 죽는다고,

       일등만이 살아남는다고 열변을 토할 때 저는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당신 말대로 일등만 살아남는 그런 세상이라면,

       나는 이 지구에서 뛰어내리겠다! 그런 세상이라면 더 머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저는 지구에서 뛰어내리지도 않았고 여태껏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등만 살아 남는 세상을 제가 용납했기 아니라, 본디 그런 세상은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겨루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아니, 서로 겨루지 않는 가운데,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붙잡아주는

       거기에 진정한 평화와 기쁨과 인생의 보람이 있는 것이라고,

       그것을 네 몸으로 실험해보고 네 삶으로 증명해보이라고, 

 

       삼십 년쯤 전 어느 청명한   날,

       두 꼬마 천사를 시켜 주님은 저에게 하늘 계시를 내려주셨던 것입니다.

 

                                                                                                

 관옥-이현주

        

 

   

    스승님!

    제가 고백을 합니다.

    어지껏 뵌적이 없어서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더니 ....

    저에게 쪽지를 보내셨잔아요.

    "어디서나...아무때나...사정과 여건이 허락된다면 만납시다"

 

    아직도 답변을 못드렸네요.

 

    한번 뵙고 싶은데.....여건이 안되네요.

    아니.....소인배라서 뵐 면목이 없는것 같애요.

 

 

 

 



        점점 나이가 먹어가나 보다.
        책을 들여다보다가 눈이 가물가물해지며 뚜렷한 구심점을 잃고 만다
        화들작 놀랜다. 안경을 써야하나.....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은 눈에 초점이 점점더 흐려진다.
        노화가 오는가 보다....
        허리는 점점 두꺼워져가고 눈은 점점더 희미해져가니 말이다.
        문득문득 과거를 회상해보며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친구녀석들 흰머리를 보면 왠지 커억하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본다.
        세월은 무심하게도 것잡을수도 없이 흐른다. 
        난 나이를 먹질 않을줄 알았다.
        점점 덩치가 커가고 가슴이 튀어나오는 딸들을 보며 나도 이젠 늙어가나 보다
        라는 한숨을 토해본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갑자기 나이를 생각해봤다.
        40대 중반 이다.
        얼마지나지 않아 50이 될터이고 빠른 세월은 붙잡을 수도 없이 내 동댕이치며
        달아날것이며  곧 노년이 될것이다.
        어린시절 그 천진만만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하소연 해봤자 되돌릴수는 없고..
        증조부께서  평생수첩에 기록해 놓으신  탄식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세월아~ 
        나를 어린시절로 되돌려 다오...그러면 백년은 더 살거인데..."
        그러나 세월은 되돌아보지도 않고 잘도간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간다.

        총알과도 같이 빠르게도 훠이 훠이 하면서 급물살타듯 잘도 간다.

        나의 삶도 하수령의 고개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제곧 추풍령의 고갯길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있는데....

        증조부의 탄식소리가 남의 얘기로 들리질 않고 뼈속 저리게 다가왔다.

         

 

 

                         참으로 소박하지만 멋진 소원이 하나 있다면

                         깨끗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

                         깨끗하게 나이를 먹는다는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세월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그대로 두지 않고

                        세상 또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며

                       그보다는 나의 마음이라는 것이 사실은 원치 않는 일에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