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ive one life
세월아! 나를 어린시절로 데려다 다오.. 본문
증조할아버지가 계셨는데
향년 92세로 생을 마감하셨다.
증조부께서는 『평생수첩』
이라는 전기를 남기셨는데
문득 서고를 정리하다보니
눈에 띄는데 새롭게 다가왔다.
초딩시절..
현충일이 되면 전사한
아들때문에 행사장에
가실때면 꼭나를 데리고
가면서 우동을 사주셨는데
그 우동이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지금도 그 느낌을
잊을수가 없다.
"서기 1889년 4월10일에 이세상에 왔다.
성은 박이요 명은 병조요 호는 석정이라"
라고 당신을 설명하며 시작하고 있다
증조부께서는 인생을 다음과 같이 정의를 하고 계셨다
"천지도 사시가 있으니 춘하추동이라.
봄이오면 만산평야에 풀과 나무들은 새싹을 이루어
꽃피여 화산이 되고 입이 피어.. 이된다
여름이 되면 각초목들은 열매를 맺고
추절이 되면 초목에 단풍이 들고
동절이 오면 풀잎은 시들게되고 목엽...낙엽이 된다.
사람도 사시가 있으니 춘풍영,하수령,추풍영,동설영이 있다.
인생 백년이라함은...
춘풍영에서 이십오년이요.
하수령에서 이십오년이요,
추풍영에서 이십오년이요,
동설영에서 이십오년 합 백년이라고 하고싶다."
젊은 시절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신다
14세에 결혼을 하고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다 가세가 어려워 포기했다.
도박에 빠져 한시절을 허비했고 아버지한테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장자 재원이를 낳고 하수령으로 넘어가 아들3형제와 딸 형제를 낳았다.
"하수령은 새끼낳는 고개로구나"
가세가 워낙 넉넉치 못하여 별다른 일은 하지못하였으나 남에게 큰
잘못은 보이지 않고 지냈다.
51세의 기록은 다음과같다.
우리 아바님은 72세에 세상을 떠나시고 어머님은 62세에 이세상을
떠나시었다.그럭저럭 지내다가 추풍영으로 올라오게되었다.
세월을 보고 아무리 사정하여도 용서를 못받고 51세 되던해 추풍영으로
올라오게 된거이다.
와서보니 춘풍에서 자라던 동무들은 벌써 반백반이 되었구나.
그럭저럭 거기서 이십오년을 지내다가 75세에 동설영으로 이사를
온거이다.
75세 되던해의 기록은 이러했다
세월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동설영으로 넘어간다.
"세월아!
나를 어린시절(춘설영)로 데려다다오.그러면 백년은 더 살거인데.."
세월은 말한다.
난들 내마음데로 하는게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용서하여 주옵소서
세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설영으로 넘어가는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동설영의 최고봉은 고금영웅들도 못넘고 말었지 않은가?"
이태백처럼 웃으며 살다가 저세상으로 가자.
여행준비를 하고 여행을 떠나는 기록들이 보인다.
그리고 강건하시다가 92년을 사시고 생을 마감하셨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간다.
총알과도 같이 빠르게도 훠이 훠이 하면서 급물살타듯 잘도 간다.
나의 삶도 하수령의 고개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제곧 추풍령의 고갯길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있는데....
증조부의 탄식소리가 남의 얘기로 들리질 않고 뼈속 저리게 다가왔다.
짧은 인생인데....
이 하수령의 마지막 고개길목에서 왠지 숙연 해진다.
"석정 할아버지.....
남의일 같지 않네요.
저 보라고 이런 기록 남기셨죠!
예~명심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석정 할아버지가 그립다
"세월아!
나를 어린시절(춘설영)로 데려다다오.그러면 백년은 더 살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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