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ive one life
[스크랩] [리뷰]워낭소리 그 따뜻한 소통의 의미. 본문
차일피일 미루던 영화를 이제야봤다.
이슈가 되는 영화를 봤을때 느껴지는 감정은 두가지다.
과연 그렇구나! 이거나, 그럼 그렇지~ 이다.
워낭소리에 대한 자자한 칭찬들을 뒤로 하고 나는 영화에 몰입해야했다.
30년 지기.
사람과 사람이 아닌 예로부터 영물이라고 일컫는 소와 사람의 우정이었다.
old partner.
나는 이 워낭소리에서 할아버지와 소가 아닌 그들의 주변에서 끝없이 소리치는 할머니를 보았다
오래되긴 그에게 그녀도 마찬가지의 오랜지기이다. 평생을 함께 해온.
- 영감은 소 밖에 몰라. 나는 안중에도 없어.
그녀의 끝임없는 투덜댐은 바로 서운함이다...
평생을 자식을 낳고 살았어도 그 속내를 다 알지 못하는 그녀에게 그들의 무언의 교감은 바로 부러움일터.
- 저 소가 얼른 죽어야 내가 편해질까.
소와 남편 사이에 이어지는 그 무언의 감정을 그녀도 느껴보고 싶었을지 모른다.
소가 가고 나면 그 관심이 자기에게 올지도 모를거라는 아련한 희망하나.
- 1년 밖에 못 살아요.
의사의 진단에 그는 벌써 맘이 허전하다.
8년간 남의집 살이를 했던게 몸에 배어서 여든이 다된 나이에도 매일 새벽같이 들에 나가야 하는 그.
15년 수명이 다인 소가 40년을 살아서 뼈만 남았음에도 그는 매일 아침 소를 깨운다.
그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그들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이다.
아직은 곁에 남아서 같이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걸 감사해 하는 시간.
그래서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새벽마다 소를 깨워 들로 나선다.
- 아이, 골이야. 아파.
그렇게 아프면서도 그는 꼴을 벤다.
발이 썩어들어가서 움직이기 불편함에도 그는 무릎 걸음으로 밭을 간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아직은 살아 숨쉬고 있다는 무언의 시위라는걸 남들은 모른다.
억세게 소리치며 잔소리를 해대는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그들이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 안팔아.
억만금을 주었어도 그는 소를 팔지 않았을거다.
그저 하나의 제스추어였을 뿐이었다.
자신들을 둘러싼 그 감정의 밑바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자그마한 액션이 그 모든 잔소리를 무마 시킨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 이 소는 차도 피해요.
자랑스런 그의 한마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웃고 지날 일이지만 그에겐 정말 대단하고 대견한 일이다.
15년. 소의 평균 수명이란다.
그의 소는 40년을 살았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 소 먹인다고 농약도 안쳐요.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생물은 명줄도 길어진다.
죽을때까지 부려먹은것 처럼 보이지만, 그건 무례한 시선이다.
소의 운명은 일하는 소였다. 마지막까지 자기의 임무를 다했던 소는 아마도 미련 없이 갔을 것이다.
남겨질 그의 친구가 허전하지 않게 높다랗게 쌓아놓은 장작더미를 지어나르며 소도 나름 편안했겠지...
- 좋은데 가그래이...
사람들은 보는것만을 믿는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 볼 뿐이다.
78분동안 보여지는 것들로 그들의 평생을 말 할 수 없다.
그들에겐 늘 살아내야 하는 일상이 보는 이들에겐 고달픔이기도 하니까.
할아버지가 죽어가는 소를 끝까지 부려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교감이라는 느낌을 모를것이다.
할아버지는 소를 부려먹은게 아니다.
소와 함께 하루 하루를 살아낸것이다.
더이상 소가 움직이지 못한 그날. 그들은 헤어짐의 순간이 온것을 알았다.
사람보다 말 못하는 짐승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에게 소는 친구이자, 재산이자, 9남매를 무탈하게 키워내게 해준 고마움이자, 그의 인생 절반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때로는 아내보다 더 살가운 마음의 의지처였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것은 마음을 고생스럽게 한다.
다큐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바로 그 있는 그대로의 고생스러움에서 나온다.
워낭소리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고지에 오르게 된 이유는 한가지다.
세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낭랑한 소리로 달래주었기 때문이다.
워낭소리는 그 자체가 부름이었고, 대화였고, 그리움이었다.
폭력과, 전쟁과, 살육의 현실과 영화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에게 청아한 그리움의 소리인 워낭소리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사람들이 워낭소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그 따뜻한 소통에 있다.
마음으로 부터의 소통이 사람들을 자극하고, 울게 하고, 그리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현실에서 그들처럼 서로를 아끼며 소통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때묻지 않은 시골스러움에 숙연해지고,
매일을 변함없이 살아가는 그분들의 모습에 부끄러워지고,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조차도 느끼기 힘든 우정을 간직한 소를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말 못하는 짐승에게 조차 최선을 다해 마음을 건네주는 분들의 모습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도리를 배운다.
주인잃은 워낭소리가 은은하게 공기중에 퍼진다.
친구를 잃은 노인의 손가락 사이에서 울리는 소리는 그리움과 애잔함이다.
그 맑고 영롱한 소리가 삭막하게 퍼석거리는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스며든 소리가 풀어진 뇌의 주름들을 되새겨 놓는다.
보고 있을땐 잘 몰랐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꾸며지지 않은 삶의 느낌이 오롯하다.
알량한 기분따위로 그분들을 조롱하지 마라.
얄팍한 상술로 그분들을 희롱하지 마라.
진정으로 살아오신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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