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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돼지몰이 본문

일상/일상에서의 느낌

이른 아침의 돼지몰이

눈빛포스 2009. 4. 18. 20:55

입을 쩝쩝거리며 아침밥을 신나게 먹고 있는데

밖에서 꿍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일인가 하고 밖을 내다보니   돼지들이

마당 이곳 저곳을 주둥이로 쑤시고 다니며

마냥 즐거워서 땅을 후비며 나돌아 다니고 있었다.

 

축사 울타리를 뛰쳐 나와 아침 운동을 하는지

꼬리를 살랑거리며 한참 넉살좋게 이리저리 즐기는

모습들이다.    

밥숫가락을 손에서 놓고 돼지들을 우리안에다

몰아 넣으려고 일어서는수밖에 없었다.

주둥이로 흙을 쑤시고 있는 녀석들에게 다가서니

나를 보고 놀랬는지 산발적으로 도망을 친다.

 

쏜살같이 달려들어 엉덩이를 한대씩 발로차며 축사안으로 몰아 넣으려고  쫓아

다녔지만 내 의도와는 정반대로 ,아니 나를 골탕 먹이기나 하려는듯이 필사적으로

반항을 하며 주위를 빙빙 걷도는 것이 아닌가?

날렵하게도 산발적으로 도망을 치는데 나도 지쳤지만 돼지녀석들도 숨이 가쁜지

헉헉 거린다.

"야아~ 숭악한 놈들아 !!

왜 아침부터 속섞이냐?  "

소리를 버럭 질러 보았지만  귀만 커드만 했지 알아 들을리 만무했다.

이리저리 헉헉 거리며 쫓아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때에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우락 부락한 나무토막을 손에 들었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몽둥이를 들고 정신이 번쩍나게 후려 갈기며 축사문으로 몰아 부쳤다.

 

 

팍팍 .....

뻑뻑......

비명을 지르며 펄쩍 펄쩍 뛰더니 그제서야 빙빙 겉도는 것을 중지하고 몸을 뒤엉키며 들어갔다.

무슨일인지 몰라도 축사 문이 열려져 있었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글수 밖에 없었다.

이마에 맺혀 있는 땀방울을 손으로 닦으며 터덜 터덜 방으로 들어 왔다.

 

냉수 한컵을 들어 마시고 쇼파에 기대었다.

신경질이 났지만 오랜만에 땀을 흘려가며 뜀박질을 한격이 되었다.

얼마간에 침묵이 흐르면서 별이별 생각이 어른 거렸다.

 

빙빙 겉돈다.

 

이제까지의 삶은 빙빙 겉도는 삶이었다.

그저 막연히 정처없이 겉도는 나의 삶............

축사안으로 들어가지않고 빙빙 겉도는 돼지나 나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이제 정신을 차리자.

방황과겉 도는 것에 종지부를 찍고 이젠 울타리 안으로 들어 가자!

 

 

<1994년 11월10일 일기>

뭔 얘기를 지껄이는지 몰라도 지금 읽어 보니깐 새롭네..........

그 놈의 돼지 키우던 시절...

 근데 15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빙빙 겉돌고  있구나...정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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