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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에서의 느낌

노숙자

눈빛포스 2009. 4. 7. 03:06

서울역의 밤공기는 싸늘했다.

 

창우하고 영수를 초등학교졸업후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서  기차를 타려고

서울역 으로 향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서울역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호객행위하는 택시 기사들,

또한 뒷짐을 지고 있는 아줌마들(?) 이 끼웃거리며

분주히 사람들 주변을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서울역 대합실에 들어서자 마자  열차 창구 쪽으로

달려 갔더니 막차는 떠났고 논산행 열차는 5시 20분

ktx 란다. 황당했다.

5시간 30분을 기달려야 했다.

여전히 오늘도 대합실 안에는 노숙자들로 붐볐다.

가지 각색의 포즈들을 취하며

신문지를 뒤집어 쓴 사람들이 여기 저기 누워 있었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금 이시간에 어디 갈곳도 없고 이왕 노숙자가 되어서

아침 첫 열차 시간 까지 같이 노숙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말도 신지 않고 누워 있는 노숙자 옆으로 다가가서

옆에 쭈그려 앉아 보았다. 케케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

혔지만 옆에 종이 박스가 있길래 벌러덩 누웠다.

다들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멀쩡한 사람이 누워 있으니 이상할만도 했다.

어느 여자 분이 내게로 오더니 "멋쟁이 아저씨가 왠일이래여"

라고 묻길래" 막차 놓쳤슈!" 라며 맞밭아 치며 모른체 할려니

뒷 통수 간질거렸다.

별이별 생각이 어른 거렸다.

"이게 무슨 짓이람 ............"

왠지 속으로 웃움이 나왔다.

멀쩡한 양복을 입은 사람이 노숙자 사이에 끼어 누워 있다니...

한편으론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가져 볼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쩌렁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어지럽게 한다.

역에서 공익일 을 하는 젊은 이들인것 같았는데....

영업시간 끝났으니 밖으로 나가달란 얘기를 하면서

노숙자들을 깨우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아주 이상한 사람이라며 머리를 내젓는다.

 

얼떨결에 노숙자 무리와 함께 서울역 대합실을 빠져 나와야 했다

옆에 같이 종이박스를 들고 가는 분한테 물었다

" 왜 내 쫓는 거에요?"

그러자 나를 별 시한 한 사람 취급하며 꺄우뚱 거리며

" 이따가 2시에 들어오면 되고. 그건 역장한테  물어 봐... 왜 그러는지.."  

 

밖에 무리들과 같이 나와서 보니 뒷편 에 앉아 물을 마시는 노숙자  보였다.

그 옆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비집고 앉았다.

그 노숙자는 나이를 알아 볼수 는 없었고  잠바를 입고 있었으며

앞 이빨은 빠져 있었고 꽤제제함 그  자체이며

양말은 구멍이나 엄지 발가락이 튀어 나와 있엇다.

 

밤하늘을 바라 보고 있는데 그 노인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 아니 멋쟁이 아저씨가 여긴 왠일유......."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불거렸다.

밀양 박씨며, 아침점심 저녁을 해결하는 방법이며......

58년생 아들이 유일한 혈육인데 찾아왔길래 돌려 보냈다는

이야기며 찬 공기를 머금고 도란 거리며 자기의  자랑담을 쏟아 냈다.

 

" 인생 뭐 짧지~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뭐............"

 

어덯게 답변할말이 없었다.

금새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종이 박스를 깔고  송장처럼 벌러덩 누웠다.

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무척 다정해 보이는 서울의 밤하늘 이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도저히 추워서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엄동설한도 아니고 벗꽃피는 4월인데...........

여기저기 누워 있는 분들이 대단해 보이면서

왠지 모를 미안한 맘이 들고 속이 편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그 노인에게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주었다

" 내일 아침이나 따뜻한 국밥 사드세요"하고 인사를 하자

머리를 굽신 거리면서 얼쩔줄 몰라한다. 

돈을 이리저리 뒤집어 본다.

아마도 천원짜리 인지 확인하는듯 싶었다.

그리고는  그  노인은 내 손을 꼭 잡더니

"젊은이 복 많이 받을겨~"

손을 흔든다.

 

순간 노숙자들이 무슨 구경이나 난듯이 몰려 들었다.

순간 빨리 빠져 나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길래

부랴부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노인을 뒤로 하면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저 이렇게 살고 싶지 않거든요.

잛은 인생이지만 ............................  "

 아~ 이번주  월요일도 노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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