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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无爲黨) 장일순 선생님 본문
요즘들어 처음으로 접한 이름. 원주에선 거의 성인에 가까울 정도로 존경과 추앙을 받는 인물. 리영희가 가장 찾아다니고 싶어 했다던 분,
장일순 선생님은 192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94년 원주시 봉산동 자택에서 67세를 일기로 영면하기까지, 서울에서의 유학기간(서울대 미학과 중퇴)과 5.16직후 사상범으로 춘천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른 기간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고향 땅 원주를 떠난 적이 없었다. 선생님은 6.25 동란 직후 원주에서 ‘대성학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운동에 헌신하면서
출옥 후 선생님은 다시 오랫동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치열한 운동을 전개하였다. (경찰이 선생님의 집앞에 파출소를 세워 감시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로 말미암아 원주 땅이 한 때 반독재 투쟁의 핵심적 거점이 되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러니까 생애의 거의 대부분을 원주라는 작은 지방도시의 경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장일순 선생님은 언제나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맥박의 중심에 서 있었고, 그 자리에서 실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직,간접으로 희망과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어 주던 스승님이셨다.
하는 일 없이 온갖 일을 했던 분, 한살림운동을 하셨고 한국의 신용협동조합을 처음 세우셨던 분, 그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다만
왜 저서를 남기시지 않으시냐는 제자들의 물음에,
“나는 글 못써.”
세상에 글 못쓰는 사람이 이 문명천지 어디에 있느냐고 다시 여쭙자 조금 더 길게 말씀하셨다.
“한참 세월이 수상할 적에 필적을 남기면 괜히 여러 사람 다치겠더구먼. 그래서 편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일기도 쓰지 않게 됐지. 그 버릇이 여직 남아서….”
그러나 선생님이 글을 쓰시지 않는 까닭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시내에 나갔다가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가? 술 한잔 걸치고 거나해지면 말이지… 그러면 얘기가 시작되는데 이게 뭐냐하면 천지현황서부터 논어 맹자에 노자 장자에 석가모니 부처님에 예수님까지 총동원 해서 수작이 난만인 거라. 그렇게 정신없이 아는 척을 하다가 말이지 밤이 이슥해서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취한 걸음으로 뚝방길을 걸어오는데 달빛은 환하게 밝고 말이지… 그 달빛에 제 그림자 밟으면서 집으로 돌아올작시면… 그러면 그때 내 마음이 얼마나 참담한지 자네가 그걸 알겠능가?”
겸손하시고 현학적인 태도와 거리가 먼 우리 민족의 스승, 장일순 선생님의 일화를 정리해 보았다.
- 군고구마 -
하루는 장일순 선생님께서 제자와 함께 길을 가고 계셨다. 그러나 갑자기 선생님께서 길 한가운데 딱 멈춰 서셨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기 포장마차에 '고구마'라고 쓴 글씨가 보이는가?"
"네, 보입니다만..."
"저게 바로 살아 있는 글씨일세. 저걸 보면 따뜻한 고구마의 몸통과 부드럽고 달콤한 고구마의 속살이 생각나지 않는가? 추운 겨울날 저잣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이 써붙인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군고구마’라는 글씨... 그게 진짜야. 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못 미쳐."
"획수가 많은 글자는 무리하게 다른 것과 같은 크기로 쓰려고 하지 않아도 돼. 획수가 많은 것은 좀 크게 쓰고, 적은 것은 작게 써도 된다 이 말이야."
: 우리는 늘, 틀에 박힌, 정해진, 요구되는 틀에 스스로를 짜맞추는데 너무나 익숙해 있다. 왼손잡이들에겐 글쓰기가 쉽지 않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글의 흐름이 팔에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왼손잡이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써가면 되는 거 아닌가? 오른손잡이들이여. 당신들이야 그 글에 거울에 비춰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 받을 생각을 마라
(無住相香布施 : 줬다는 사실조차 잊고 서로 주고받는다) -
“돈은 줬으면 그만이지 달라는 소리는 해서는 안 된다. 갚을 마음이 있어야 되는 것이지. 갚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달래면 돈은 받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잃고, 또 갚을 마음은 있는데 돈이 없어 못 갚는 사람은 마음이 얼마나 안타깝겠니...”
“답례는 말이지. 이렇게 꼭 앞으로 하지 않고 뒤나 옆으로 해도 돼. 누군가에게 뭘 줄 때 줬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아예 받을 생각을 말아...”
- 똥물에 들어가라 -
“친구가 똥물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바깥에 선 채 욕을 하거나 비난의 말을 하기 쉽습니다. 대개 다 그렇게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러나 그럴 때 우리는 같이 똥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가 나니 나가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면 친구도 알아듣습니다. 바깥에 서서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옵니다.”
“도둑을 만나면 도둑이 돼서 얘기를 나눠야 해. 도둑은 절대 샌님 말은 안 듣는다. 뭐냐 하면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도둑이다 싶으면 그때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 말이야. 그때 도둑질을 하려면 없는 사람 것 한두 푼 훔치려 하지 말고 있는 사람 것을 털고, 그것도 없는 사람과 나눠 쓰면 좋지 않겠냐고 하면 알아듣는다.”
- 기어라.....낮은 곳으로(開門流下 : 문을 활짝 열고 아래로 흘러간다) -
“기어라. 겸손해라. 엎드려 살아라. 앞에 나서지 마라. 모가지 세우지 마라.”
“밑바닥 놈들과 어울려야 개인도 집단도 오류가 없어”
“할 수만 있으면 아래로 아래로 자꾸 내려가야 해. 한 순간이라도 하심(下心)을 놓치면 안돼.”
“대표 혹은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거다. 밥 주고, 옷 주고, 청소해 주고 해야 해.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밑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해”
“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것. 관리하는 너희들이 주인이 아니라는 것. 조합원을 살려야 조합과 네가 산다. 그렇게 하자면 너를 낮추고 조합원을 높이는 데 길이 있을 거야.”
“앞에서 끌려고 하지마. 힘만 들고 안 돼. 사람들에게 밀려가도록 해야 돼. 그래야 힘도 안 들고 일이 되게 돼 있어.”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그 다음 지도자는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며 받들고, 그 다음 지도자는 무서워하고, 그 다음 지도자는 경멸한다”<도덕경>
- 봄볕이 얼음을 녹이듯 -
“사회를 변혁하려면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해.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적에만 변하거든. 무시하고 적대시하면 더욱 강하게 나오려고 하지 않겠어?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다르다는 것을 적대 관계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
“혁명이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라오.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강한 것은 좋지 않아. 모두가 강해지려고 세상이 온통 난리가 아닌가? 정말로 강한 것은 부드럽고 착한 것이야. 봄볕이 얼음을 녹이는 이치와 같은 것이지.”
:
“간디는 맨몸이었다. 그것이 최대의 무기였지. 운동은 간디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하는 게 좋아. 구호조차 외치지 않는 게 좋아. 구호 또한 뭔가 가진 것이 아닌가? 누군가에게는 구호 또한 폭력이 될 수 있지. 완전한 비폭력으로 가야 해. 사람들은 비폭력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들이 투쟁을 통해서 해결되리라고 믿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현실성 없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나는 본다.”
“내 맑은 난은
“누군가 방황을 할 때 우리는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하나는 욕이나 비난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잘 되라고 비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얻어야 하는 것은 누굴 이기는 게 아니라 평화로운 삶이기 때문이다.”
“보복, 증오, 복수는 계속 순환하여 반복될 뿐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법칙이다. 화해는 우리가 일체의 권리와 조건들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스코트 헌트의 평화의 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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