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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현주 목사

[스크랩] 이현주 목사 인터뷰

눈빛포스 2009. 3. 28. 15:38

사진/ 세계일보 남제현 기자

 

“기독교 역사를 보면 선교 중에 영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많습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순교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누구도 순교 행위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아랍권 선교를 동의하지 않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죽음의 길을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비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있습니다. 과거 성 프란체스코는 아랍권 최고지도자 술탄을 만나러 갔다가 칙사 대접까지 받고 돌아왔습니다. 아랍권에 갔다가 살아돌아온 첫 사례일 겁니다. 그런데 그의 귀환 후 첫마디가 ‘나는 내 형제를 만나고 왔다’는 선언이었습니다. 형제가 형제를 만나러 왔다는데, 왜 죽이겠습니까. 그에게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별개의 문화나 종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형제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분이 있다고 봅니다.”


―기독교인들이 중시하는 십계명에는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구절 때문에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모두 미신이나 이단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역으로 기독교도 비기독교인이나 이웃 종교로부터 배타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어요. 과연 이 구절에서 말하는 ‘다른 신’은 타 종교가 믿는 모든 신앙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것인지요.

“벌써 3000년도 넘은 유대 나라 계명이 왜 오늘날에도 금과옥조로 지켜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십계명보다 예수의 가르침을 더 따라야 합니다. 예수는 “우리 아버지는 하나님 한 분밖에 없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아버지가 한 분이라는 사실이 진리라면, 어찌 종교가 다르다고 너와 내가 남남일 수 있겠습니까. ‘다른 것’ ‘타자’는 생각할 수도 없지요. 예수에게는 타자가 없었습니다. 예수가 와서 그 생각을 바꾸어 놓았던 거지요. 그런데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기독교 신자들이 아직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법은 모세의 법과 다릅니다. 모세는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예수는 오른 뺨을 맞거든 왼뺨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복수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오늘날 기독교신자들이 모두 복수를 택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9·11테러’ 사건만 해도 기독교 국가인 미국이 복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는 모세의 가르침을 극복했던 것인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따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모세법을 따르고 있는 셈이지요. 예수는 누구를 벌주는 분이 아니라, 한없이 기다리는 분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무력을 무력으로 극복하려면 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통과 통신이 눈부시게 발달한 오늘날,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실을 동의한다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인류의 의식이 빠르게 전환될 것입니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 등 지금까지 많은 종교적 스승들이 실험했던 방법이 옳다는 것을 납득하기만 한다면, 아프간 사태가 인류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선교를 하려면 다른 것들에 대한 인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기독교는 하루아침에 와해되고 만다고 보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기독교 내부에서 대중적으로 설득되고 납득되면 기독교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예수는 인류가 추앙해야 할 위대한 스승이요, 기독교는 그분의 가르침이 녹아 있는 곳입니다. 다만, 과거의 잘못된 기독교 모습이 사라질 뿐입니다.

―피랍 사건이 마무리되면 개신교 내부에서 크나큰 자성이 뒤따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한데요.

“사도바울 같은 위대한 선지자도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완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미완성된 자기 모습을 너무 강요하지 말고, 자기 성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앙인들은 겸손해야 하지요.”


―누구보다 심적 고통이 클 개신교 신자나 피랍자 가족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

“오늘의 아프간 사태는 어느 종교이건 스승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데서 생긴 일입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국제사회나 탈레반에서 찾는다면 답은 없습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깨닫게 하려고 일어난 사건입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피랍자 가족들에게는 예수님이 여러분 곁 가까이서 함께 아파하며 눈물 흘리고 계시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목사는 요즘 세계 지성들이 쓴 ‘기도문’을 탈고하기 위해 새벽까지 번역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근래 미국에서 발간된 기도문인데, 신·구교와 이웃종교 지도자들의 기도 내용이 망라돼 있다. 그가 기독교윤리학의 거두 라인홀트 니버(1896∼1971)의 기도문 한 구절을 들려준다. “내가 어떤 사람의 앙심과 분노를 직면한다면, 그 분노와 적개심이 내 가슴에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감정, 분노에 대해 앙갚음한다면 이 세상의 비극에 비극 하나를 더 보태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반골’로 살아온 이현주 목사. 그가 손해 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일관되게 날을 세워온 것은 무엇일까. 세속화된 교회의 변화가 아닐까.

이현주 목사는 ▲1944년 충북 충주 출생 ▲1977년 감리교 신학대 졸업 ▲1995년 강원 철원 반석교회 시무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동화) 당선으로 등단 ▲2006년 드림실험교회 참여 ▲저서로는 <알게 뭐야><날개 달린 아저씨> 등의 동화집과 <사람의 길 예수의 길><이아무개의 장자 산책><대학 중용 읽기><길에서 주운 생각들><이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예수에게 도를 묻다><지금도 쓸쓸하냐> 등이 있다. 역서로는 <티베트 명상법><배움의 도><바가바드 기타><예언자들> 외 다수가 있다.


<출처 : 세계일보, 200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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