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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처음들어오던날

눈빛포스 2009. 7. 19. 22:18


우리 마을에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전기라는 것 처음 들어왔다. 박정희 대통령때 "잘살아 보세"라는 새마을 운동가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고 초가집이 유일했던 마을이 "초가집도 없에고 마을길도 넓이고"하는 가사처럼 초가집은 사라지고 기와집고 스레이트 집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새마을 운동의 영향으로 가로수 심기 일요일이면 마을 골목 대청소운동과 청년회가 결성되고 마을회관이 지어지고 급격한 변화로 새로운 모습이 되어갔다.

그런데 마을에 가장 신기한것이 들어왔으니 그것은 바로 텔레비젼이었다. 우리마을 가장 부자집에 발목이 네개가달리고 화면앞에 자물쇠로 잠그는 문짝이 설치되어있는 커다란 로타리식 텔레비젼이었다.

그로인해 우리마을은 한프로라도 더 본사람은 온통 자랑하기에 바쁘고 부잣집아들의 으시대는 골이란 그야말로 눈뜨고는 볼수가 없었으니 더러워서 원.

화면이라 해봐야 겨우 M사와 K사 두방송 뿌이었고 그것도 잘나오지 않아 안테나는 산꼭대기에 메달아 비바람좀 불면 안테나가 돌아가 화면은 볼수가 없어 "우로돌려, 좌로돌려"하는식으로 전달하며 고정을 시켜야 했다.

부잣집은 좀 구두쇠라서 아이들이 몰려와 시청을하면 그렇게 귀찮아 했고 아들놈시끼는 돈 10원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밤에 특히 재미있는 프로가 나오는데 못들어오게 대문을 걸어 잠겨 버렸다. 그정도로 구두쇠 였으니...알만하다.

그때당시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전우"였다. 북한 인민군과 우리 아군과 전투하는 프로그램이라 누구 죽으면 눈물을 흘리고 전투에서 이기면 함성을 지르고 야호를 외쳤다. 다음날은 전우이야기로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주말극인 만큼 그날은 부잣집앞 모든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으니 그만큼 인기가 대단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그날역시 전우시간이라 동네아이들은 몰려들었고 그 부잣집은 초저녘부터 커다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어느 누구도 출입을 시켜주지 않았다. 아무리 대문을 두둘기고 발로 "문좀 열어주소"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던것이다.

화가난 동네 형들은 참을수가 없었던지. 장난끼가 발동하기 시작 했던것이다. 지치다 포기한 친구들과 여러명은 돌아가고 나와 형들은 복수하기로 맘먹고 무슨얘기를 한뒤 집으로 돌아가 삽과 곡갱이를 들고 다시 모였다.

우리는 대문앞에 구덩이를 파기시작했고 여럿이 파니 무릎위까지 깊이 쉽게 팔수가 있었다. 시골은 화장실이 모두 푸세식인 관계로 언제나 똥간에는 변님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 변님을 희생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구덕기님도...

시골 똥간에는 언제나 똥님을 푸는 바가지에 길다란 장대가 달려 있는것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구덩이에 변님을 가득채우고 가느다란 나무가지와 짚을 이유에 함정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한명은 주인이 나오는 것을 감시하고 또 피하여 숨을곳을 몰색한 다음, 대문을 거더차고 두둘기고 악을 꽤꽤 지르고 동네가 떠나갈정도로 소란을 피워댔다.

그후 얼마나 지났을까. 방문을 열고 열받친 모습으로 전샌 아저씨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는데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이날리 굿을 하냐. 누구여 내 이놈들을 요졸을 내 버릴난다." 하며 대문을 열고 나오며 한발을 막 내 딕는 순간 풍덩. "어떤 놈 자식들이여 누구여! 누가 이지랄을 했논기여!." "아이구 냄새여 아이구 미치겠네." 하며 다시 들어가 버린다.

우리는 그렇게 통꽤할수가 없었다. 우리는 얼싸안고 웃고 날리가 났었다.
그 다음날 동네에는 삽시간에 그 소문이 꼬리를 물었고 전우대신 그 사건으로 대신 웃음꽃을 피웠다.
동네 어르신들은 "내 한번은 그렇게 당할줄 알았지"하며 웃으신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흥분이 될정도로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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