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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세월 또한 살같이 다가와 스쳐가겠지요 본문

카페/대명초등학교 17회

남은 세월 또한 살같이 다가와 스쳐가겠지요

눈빛포스 2009. 8. 5. 01:01

 

 

 

   

    남은 세월 또한 살같이 다가와 스쳐가겠지요.

 

                                               관옥 이현주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백발의 담임선생 문병을 갔습니다.

   전쟁 직후, 교실이 없어 부서진 복도에 거적을 깔고

   신발장으로 깨어진 창문 가리고

   거기 앉아 공부하던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도무지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는데

   호석이는 마치 어제 일인 양 자세하게도 얘기를 하는군요.

 

   제자들 모두 은퇴한 늙은이들이건만 그래도 선생은

   너니 얘니 하면서 친근하고 익숙한 반말을 놓는 거예요.

   짧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배고프고 추운 시절이었어요.

   제재소에서 나무껍질 벗겨다가 말려 때던 일도 생각납니다.

   아궁이에 톱밥을 넣고 불을 지핀 다음

   풍구로 바람을 넣으면 벌겋게 불꽃이 피어올랐지요.

 

   그게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어느덧 반 백년 세월이 흘렀네요.

   그러니 남은 세월 또한 살같이 다가와 스쳐가겠지요.

 

   다만 오늘하루,

   지금 이 순간이 거룩하고 소중할 따름입니다.

   보이는 것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도

   괜히 붙잡아보려고 헛수고 말게 하시고

   주어진 이 순간을 꽉 채우며 살게 도와주십시오.

 

   그래도 옛 친구들과 아련한 추억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님.

 

 

 

  

 

       갑자기 전화가 왔는데 "초등학교 카페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음...대명인의 사랑방.."

       "시간나면 들어가 볼라구~"

       초딩동창회하고 나면 "많이 모였냐..?"  "아줌마들은 많이 왔냐?"

       묻던 녀석인데...시간이 않되어 참석하지 못해서 늘 아쉬워 했다.

 

   사실 박종우하고 나하고는 어릴적 아래윗집에 살았다.

   참 가깝게도 살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유년기 시절을 같이 보냈다.

   딱지치기하고 자치기하고...  개구리 잡고 개울가에서 같이 멱감던 추억들...

 

   대보름날이되면  남의집 부엌에 몰래들어가 밥을 훔쳐먹기 놀이를 하며

   지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감나무가 그집에는 참으로 많았엇는데

    감도 따먹고 천진만만하게 뛰어놀던 시절이 그립다

 

    어린시절 뒷동산 무덤가에서 삘기를 뽑아 먹은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껌 대신 씹던 삘기, 사탕보다 새콤달콤했던 산딸기, 눈깔사탕 그리워 꿀풀을

    꺾어 쪽쪽 빨아먹었고 그 아름답던 봄날의 등하교때 냇가에 피는 버들나무를

    꺽어 피리(호띠기)를 만들어불고 다녔다.

 


    찔레나무가 새 순을 쭉쭉 뻗어 올리면 그 탐스럽고 보드라운 순을 꺾을려고 까시를

   피해 손을 넣으면 영락없이 손이 찔렸고 어렵사리 꺽어서 껍질을 벗기고 아그작거리며

    먹던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뽀리똥(보리수)과 앵두를 입에 넣고 오물작거리면 입이 그리시원할수가 없었고

    5월이 되면 동구 밖의 아카시아 나무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

    꽃송이 하나 전체를 손이나 입으로 쭉 훑어서 입 한 가득 넣고 씹어야 제 맛이 났다.

 

    형편이 좋아서인지 텔레비젼이 그 집에 들어왔다.

    매일 저녁이면 형사,전우라는 연속극을 보려고 어지간히 들락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오랫동안 보질 못하다 저번에 대전에 갔다가 불러내어 만났다.

 

    누가 제일 보고 싶으냐고 묻자.....

    "야~ 유남호 하고는 외사촌 간인데 띠울을  자주 갔었는데 **네 집을 끼웃거렸던

    기억이 나고 ...글구 어~ 황**이...갸 한번 어덯게 변했나 무지 궁금하다"

    녀석 ...엤날 생각 나네보네...ㅋㅋㅋ

 

    바쁘게 사는가 보다 ....   열심히 사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만나서 반가웠다.. 자주 보자!

 

     노래나 한곡듣자! 옛추억을 회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