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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옮김니다 ㅡ 권정생 선생님께서 최완택 목사님께 보낸 편지 본문

신앙/이현주 목사

[스크랩] 옮김니다 ㅡ 권정생 선생님께서 최완택 목사님께 보낸 편지

눈빛포스 2009. 3. 29. 23:27

지난 설날

 

이현주 목사가 편지를 부치면서 주소를 적지 않았더라.

 

그래서 아이구! 답장보내지 않아도 된다싶으니 고맙더라.

 

더욱이 누가 죽어서 장례식 치르느라 올 수 없다니까 죽은 사람은  안됐지만  나한테는

참 다행이였다.

 

 

요새는 누가 온다고 하면 숨이 막힐만큼 부담  부담스러워진다.

 

서울 사람이  우리 집까지 오는데 빠르면 1시간 반 밖에 안걸린다니 이 건 절대

좋아할 일이 아니다.

 

옛날 어릴때 동경 폭격이 한창일때 폭격 소리에 밤에 잠이 들면 밤새도록 긴긴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달리고 달리던 꿈을 꿨단다.

 

꿈에서 깨어나면 온 몸에 땀이 흠뻑 젖을 만큼 열에 시달렸다.

 

눈금이 그어진 병에 담긴 해열제 약을 마시던 일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작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면서 밤이면 맥박이 심하게 뛴다.

 

 숨이 차서 소스라쳐 일어나 맥박을 재어 보면 120번이 넘는다.

 

 몇시간 동안 앉아서 안정을 하고나면 낮에는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한다.

 

결핵을 앓으면서 맥박 수가 빨라진 건 오래지만 밤이면 왜 이토록 심해지는지 모르겠다.

 

누가 승용차를 타고 우리집까지 오는 소리가 나면 흡사 폭격기가 와서 꽝 ! 하고 부딪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집 건너편 고속도로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세어 보면 10분 동안 대가 넘을 때도 있다.

 

저 많은 자동차 대문에 중동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생각하니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다.

 

20년전 빌뱅이 이 집으로 이사와서 4년 동안 전깃불이 없어 호롱불 켜고 살았는데 그 것 때문에 답답하다는 생각은 못했다.

 

오히려 밤에 별빛과 달빛이 더 밝아 좋았는데 지금은 밤하는 별빛도 많이 흐려져 버렸다.

 

세상엔

 하늘에 별이 있고 달이 뜨고,

 봄에 꽃피고 새 울고,

 여름엔 숲이 우거지고 ,

단풍잎이 예쁜 가을이 있고,

 이 것만 해도 살아가는 기쁨이 있는데 제발 모두 욕심 그만 부렸으면 좋겠다.

 

이따금 눈물 흘리는 건 괜찮지만 남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해 가면서 살아서는 안되지 않니 .

조금 적게 먹고 조금 춥게, 그리고 조금은 외롭게 살아야만 세상은 깨끗해 진다고 본다.

 

 

                                                                                                                                                                                                                                                              2004, 3, 18                           권   정   생

 

 

 

<강아지 똥>, <몽실언니>, <종지기아저씨>등의 동화를 쓰신 권정생 선생이

오래간만에 편지를 쓰셨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몽실언니의권정생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고, 최근에 나온 신정일의 <다시 쓰는 택리지>에도 권정생 선생의

오두막을 사진으로 박아 놨으니.......

 

세상에, "이 현주 안 오게 된 것을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권정생 선생이라니......

얼마나 힘들면 저러실까......(北山)

 

 

   민들레교회 주보에 실린글을 길벗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옮겼습니다.

 

출처 : 길벗들의 모임
글쓴이 : 들 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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