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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본문
- 이현주 목사-
저에게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저한테 그런 버릇이 있음을 처음 일깨워준 사람은 제 아내인데, 물론 저는 그럴 리 없다고 부인했지요. 자기가 그러고 있는 줄 알면 그 순간부터 ‘버릇’은 힘을 잃게 됩니다. 버릇은 자기가 그러고 있는 줄 모르는 데서 그 힘이 나오거든요.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거듭거듭 지적을 받은 뒤 이제 비로소 시인하게 된 저의 ‘고약한 버릇’이란, 누가 뭐라고 할 때 그게 아니라고 부정부터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복숭아 먹겠어요?” 하면 복숭아를 먹을까 말까 생각도 하지 않고서, “아니, 안 먹어.” 하며 손사래를 치는 거예요. 아내가 “이거 입어요.” 하고 옷을 내밀면 저는 벌써 “아냐, 안 입어.” 거절부터 하고 봅니다. 어저께만 해도, 함께 길을 걷던 연관 스님이 담양 명물이라는 삶은 달걀을 내밀며, “달걀 드시겠어요?” 했을 때 저는 “아닙니다. 금방 밥을 먹었더니 배가 부르네요.” 하고 거절했지요. 거절한 게 잘못도 아니고, 방금 식사를 마친 것도 거짓말은 아니고, 그래서 배가 불렀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그 ‘거절’이 아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제 입에서 총알처럼 발사된 ‘버릇’이었다는 바로 그 점입니다. 아내가 지치지 않고 지적해준 덕분에, 만시지탄은 있지만, 이제라도 저에게 그런 고약한 버릇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입니다. 이놈의 버르장머리, 내 반드시 뿌리 뽑고 말 것입니다. 어쩌다가 이 글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혹시 인연이 닿아서 저를 아시는 분이 있거든, 저에게 이런 버릇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무슨 말씀을 하셨을 때 제가 “아뇨, 됐습니다.” 하고 거절하거든, “그거 버릇으로 하는 거절인가요?” 하고 일깨워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제가 이놈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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