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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눈빛포스 2009. 3. 21. 16:10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었어요.

재작년부터 다시 모이기 시작해서

이젠 아주 친하게들 지내고 있죠.

근데 오늘 나갔더니

뉴페이스가 한 명 등장했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바로 그녀인 겁니다.

내 아홉 살 적 첫사랑! 

 

아주 예뻤거든요.

우리반에서 피아노도 제일 잘 쳤고

매일 머리방울도 바꿔서 달고 왔고

공부도 잘했고..

나요 난 뭐 그냥 코 찔찔이였죠, 뭐.

 

사실 다 커서도 가끔 그녀가 궁금해지곤 했어요.

무지 예뻐졌겠지? 무지 잘 지내고 있겠지?

하지만 오늘 막상 보니까

생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좀 놀랐어요^^

키는 거의 안 자란 데다가

얼굴도 예전처럼 예쁘지 않더라구요.

 

글쎄.. 근데 말이죠.

집으로 돌아오는데

왜 그렇게 이상한 희망 같은 게

생기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르지 못할 나무였는데

이젠 내 키에 딱 맞는

나무처럼 느껴진달까?

이런 이야기를 그녀가 들으면

많이 서운하겠죠?

 

하지만 나는 그렇네요.

어쩐지 좋은 예감 같은 거..

십오 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두 번째 첫사랑이 내게도 찾아올것 같은 예감..

 

사실 동창회에 참석하기까지

좀 망설였어요.

어릴 적 날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날 보인다는 게

어색하고 자신이 없었거든요ㅠㅠ

 

아이 참, 어릴 적 난

왜 그렇게 잘난 척하고 살았는지..

그렇게 오늘 많이 긴장한 채로 나갔는데요.

 

우아,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요.

어쩜 그렇게 다들 멋있어졌는지.

그중에서도

날 아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 친구의 눈빛..

한순간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죠.

날 많이 좋아했대요.

난 이름도 기억 못했는데..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왠지 뿌듯한 느낌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추억들도 따뜻했고..

 

그리고 뭐 비록 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저렇게 근사한 남자가 날 좋아했다니까..

근데 사실 좀 아쉽기도 하네요.

그 남자 무지 근사하던데..

그 땐 왜 내가 몰라봤을까?

출처 : 손기동의 작은거인
글쓴이 : 작은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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