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ive one life
[스크랩]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본문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었어요.
재작년부터 다시 모이기 시작해서
이젠 아주 친하게들 지내고 있죠.
근데 오늘 나갔더니
뉴페이스가 한 명 등장했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바로 그녀인 겁니다.
내 아홉 살 적 첫사랑!
아주 예뻤거든요.
우리반에서 피아노도 제일 잘 쳤고
매일 머리방울도 바꿔서 달고 왔고
공부도 잘했고..
나요 난 뭐 그냥 코 찔찔이였죠, 뭐.
사실 다 커서도 가끔 그녀가 궁금해지곤 했어요.
무지 예뻐졌겠지? 무지 잘 지내고 있겠지?
하지만 오늘 막상 보니까
생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좀 놀랐어요^^
키는 거의 안 자란 데다가
얼굴도 예전처럼 예쁘지 않더라구요.
글쎄.. 근데 말이죠.
집으로 돌아오는데
왜 그렇게 이상한 희망 같은 게
생기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르지 못할 나무였는데
이젠 내 키에 딱 맞는
나무처럼 느껴진달까?
이런 이야기를 그녀가 들으면
많이 서운하겠죠?
하지만 나는 그렇네요.
어쩐지 좋은 예감 같은 거..
십오 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두 번째 첫사랑이 내게도 찾아올것 같은 예감..
사실 동창회에 참석하기까지
좀 망설였어요.
어릴 적 날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날 보인다는 게
어색하고 자신이 없었거든요ㅠㅠ
아이 참, 어릴 적 난
왜 그렇게 잘난 척하고 살았는지..
그렇게 오늘 많이 긴장한 채로 나갔는데요.
우아,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요.
어쩜 그렇게 다들 멋있어졌는지.
그중에서도
날 아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 친구의 눈빛..
한순간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죠.
날 많이 좋아했대요.
난 이름도 기억 못했는데..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왠지 뿌듯한 느낌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추억들도 따뜻했고..
그리고 뭐 비록 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저렇게 근사한 남자가 날 좋아했다니까..
근데 사실 좀 아쉽기도 하네요.
그 남자 무지 근사하던데..
그 땐 왜 내가 몰라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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