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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糟糠之妻) 본문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말을 많이 쓰는편인데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糟 지게미-조
糠 겨-강
후한서(後漢書) 송홍전(宋弘傳)에 보면, 후한 광무제(光武帝)의 누님인 호양공주(湖陽公主)가 미망인(未亡人)이 되어 쓸쓸히 지내는 것을 보고 광무제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다시 시집을 보낼 생각으로 그녀의 의향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대사공(大司公)인 송홍(宋弘) 같은 사람이라면 시집을 가겠다고 하였다. 광무제는 송홍(宋弘)을 연모(戀慕)하는 것을 보고 그를 회유(懷柔)하기 위하여 마침 송홍이 공무로 편전(便殿)에 들어오자 광무제는 누님을 병풍 뒤에 숨기고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속담에 말하기를 지위가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집이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 하였는데 그럴 수 있을까?" 하고 말하자 송홍은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다. "신은 가난할 때 친하였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臣聞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광무제는 누님이 있는 쪽을 돌아보며 조용한 말로 "일이 틀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한다.
여기에서 조강지처(糟糠之妻)란 말이 나오는데, 즉 술 지게미나 쌀겨와 같은 험한 음식을 함께 먹은 아내, 가난할 때부터 함께 고생해 온 아내를 버리면 천벌을 받게 될거라는 흔들림없는 송홍의 의지를 어떠한 협박(狹薄)이나 회유(懷柔)로 돌이킬 수 없다는걸 알고 난 후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일화에서 생긴 말이다.
지금 세계는 두가지와 전쟁중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나는 테러(terror)와의 전쟁이요,하나는 비만(肥滿)과의 전쟁을 말하는데,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구조 조정(構造調整)을 하고 체제나 제도 등을 합법적·점진적으로 개혁(改革)하고 낡은 제도를 고치겠다는 뜻을 피력(披瀝)하는 위정자(爲政者)가 적지않다.
그러나 초심(初心)을 그대로 간직하는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걸핏하면 "어거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을 신봉하는 자들이 공동체를 뇌롱(牢籠)하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신의(信義)를 농락(籠絡), 농단(壟斷)하여 자신의 잇속차리기에 급급하니 이제는 너무 방만(放漫)하고 비대(肥大)해져 운동요법으로는 치유(治癒)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체념(諦念)이 만연(蔓延)되어 가고 있다.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하는 아내는 희망(希望)이라는 기대(期待) 하나로 살아가는데, 지위가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집이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 속설(俗說)이 난무(亂舞)하여 함께 고생한 친고(親故)들을 버리고 조강지처(糟糠之妻)를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처음에는 누구나 개혁(改革)의 전봉(前鋒)에 설 것을 다짐하며 자기가 아니면 안 될 것으로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막상 그 자리를 차지하면 주마간산(走馬看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마간산은 달리는 말 위에서 산천을 구경한다는 뜻으로 이것저것을 천천히 살펴볼 틈이 없이 바삐 서둘러 대강대강 보고 지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한마디로 가죽과 살만 보고 그 속의 뼈를 못보는 피육지견(皮肉之見)하는 경우이다.
광무제(光武帝)의 청을 거절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송홍은 지위가 높아져도 친구를 바꾸지 않았고, 집이 부유해졌어도 조강지처(糟糠之妻)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었던 의리(義理)를 져버리지 않았다.
친구와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버리지 않는 것이다. 조금 못났어도, 나에게 실익(實益)이 없어도, 친구와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여전(如前)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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