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ive one life

[스크랩]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본문

플래닛 이전/아름다운글

[스크랩]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눈빛포스 2009. 5. 5. 11:43

 

                     <어떤 분의 그림인지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이맘 때면,

늘 그랬듯이

허공 가득 저편에서 이미 퇴색되어

그리움으로 변해버린 내 어머니의 섧은 눈방울이

가슴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잠시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억척스런 한평생을 시골 잡초와 싸워 이긴

내 어머니의 야윈 가슴과 물마른 입술을 잠시도 잊지 못하고

나는 38년의 세월을 살고 있다.

 

아!

서글펐던 내어린 시절,

가난이 싫어서 언제나 불만과 반항으로 어머니의 가슴에

불씨만을 묻어야 했던 못난 딸자식!

 

고향을 떠날 때

울며불며 어머니의 가슴을 갈기갈기 후벼 놓았다.

이글거리는 8월의 태양보다 더 검붉은 서러움을 토해 내시던 내 어머니!

 

여자였기에

어머니였기에

낡아 닳아진 내 돌사진 한장 품에 안고

접동새 친구되어 긴긴 밤을 핏빛으로 우시더니

몇잎 낙엽 휘몰아 치던 늦가을 날

말기 직장암으로 길디긴 내 어머니의 삶은 한 줌 흙으로 몸 덮으셨다.

 

언제나 내겐 초췌하고 낯설기만 했던 어머니께

한번 옷깃만이라도 정겹게 여며 드렸더라면......

 

이 딸의 가슴에 묻은 핏빛 한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건초 내음 풍기는 어머니의 산소가

오늘따라 그립기만 하다.

 

당신에게 주어진 삶의 굴레를 스스로 벗을 줄 아신 어머니의 삶!

내 어머니 만큼은 못해도 흡사한 삶을

나는 지금 똑같이 살고 있다.

어쩌면

더 단단하고 끈적한 사랑의 끈을

두 딸에게도 칭칭 동여 매여 닮은 꼴을 만들려고 애를 쓰는지 모른다.

 

나는

기도 한다.

 

두 딸아이가 내 마음만큼 사랑으로

내 마음만큼 이해로

내 마음만큼 거짓됨이 없기를 바란다.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든 너에게 주마.

이미 준것은 잊어버리고 못다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김남조님의 한 편 싯귀를 되뇌이며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초롱이의 불협 화음이 머지않아 영글은 가을과 함께

어울어질것이라는 기대감에

하루를 가슴에 접는다.

 

 

윗글은38세 때 
모라디오방송국에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주제로 글을 모집해서
친정엄마를 그리며 응모했었는데~ (입상 글)


 

 

 

                 장사익/비내리는 고모령


 

 

5월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제방을 찾아주신 ~님들께서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혹여

잊지 마시고 못가 뵈도

전화라도 문안인사 드리시라고

이글을 다시 꺼내 올렸습니다. 

 

 

 

 

출처 :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글쓴이 : jinpiano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