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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향길

눈빛포스 2009. 7. 18. 00:29

 

 

고향길

 

산딸기가 무리져 익어가는 곳을 알고 있다.


찔레 새순을 먹던 산길과


삘기가 지천에 깔린 들길과


장마 진 뒤에, 아침 햇살처럼, 은피라미떼가 거슬러 오르던 물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 뒷구리 가는 길, 할아버지 무덤가로 가는 길


이웃집 아저씨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웃말 지나 왜골 퉁정골 지나 당재 너머


순한 바람 되어 헉헉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


수줍은 담배꽃 발갛게 달아오르는 길


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



- 윤중호, 「고향 길 1」전문 -




긴 시간의 거리감 때문에 ‘아득’하지만 내게도 ‘돌아갈 길’이 있다. 아주 가끔씩 난, 옛날 내가 살던 대촌리 일대를 홀린 듯 배회하게 돼. 깊이 파인 생채기처럼 어지럽게 얽혀있는 산동네 가파른 골목길과, 채 가시지 않은 졸음으로 눈이 무거워 운동화 뒤창을 게으르게 질질 끌며 걷던 등굣길, 조그만 리어카을 꾸며 농사일을 하시던 홀어머니... 이곳저곳 헤집고 다녔던 시장길들을, 어떤 주술에라도 걸린 양 몽롱하게 걷게 돼.


돌이켜 보면, 소태를 입안 한 가득 물고 있는 것처럼 쓰디 쓴 시절이었어. 그때를 생각하면 늘, 부엌 한쪽에 허리를 접고 앉아 물끄러미 아궁이불을 쳐다보시던 어머니의 무표정한 얼굴이 떠올라. 얼마나 슬프고 불안하면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짓게 되는 걸까? 모든 감정이 말끔하게 사라진 그 얼굴을 보면서 난, 강도처럼 찾아온 가난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에서 묵은 먼지처럼 켭켭이 쌓여있는 추억들이 내 발걸음의 느린 리듬을 타고 폴폴 살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번 갈 때마다, 아니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디마디 툭툭 불거져 나오는 얼굴들, 목소리들, 몸짓들, 사연들을 느낄 수 있어. 그 모든 추억이 모여 풍경을 만들고, 그리움을 만들고, 가슴 속 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저며 오는 슬픔도 만들고.....


길은 인연을 연결하고, 사연을 실어 나르며,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가난과 고립, 무기력과 열패감에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가 숨 가쁘던 시절이긴 했지만, 나도 그 길을 통해 내 그리운 이름들과 소중한 인연을 처음 연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길 위에서 어울린 인연들과 같이 전혀 가난하지 않은 한 시절도 만들어 냈고. 그러고 보니 내가 홀린 듯 몽롱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길 위에 있었구나. 설모니 골목길과 경천시장길, 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학교로 향하던 그 길이 나를 만들었다.

 

13회 친구들은 나의 쉼터다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다 이해해 주고 웃어 준다 그래서 친구들이 너무나 좋다 우리 친구들은 열심히 살고 멋이 있는 친구들이다 이번 체육대회때 보이지 않게 수고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중 대전 여친들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수고를 많이 했다 경인지역 차량봉사한 타규.종우.장희.영선 또 행사진행으로 수고한 성수,순영총무 정말 고맙다  그리고  "재난관리체계론"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을 구입해 준 친구들 너무 고맙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13회 친구들 사랑합니다

 

 

출처 : 고향길
글쓴이 : 이현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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