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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의 수필「길」 본문
길가를 지나가다 가게 벽에 붙어 있는 시 한편
눈길을 끈다.
찾아보기 시작했다.
김기림의 수필「길」이었다.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 사랑도 그 길위에서 조약돌 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서 봄이, 가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 와서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김기림의 수필「길」
김기림-1908 함북출생
1930-일본대학 문학예술과졸업.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
<조선일보>에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 발표 ,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