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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스톱/이거만 알면 무조건 딴다?

눈빛포스 2009. 8. 6. 07:32

고스톱의 기원은 소몰이의 "이랴, 워"?

고스톱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1950~60년대 일본에서 유입됐다는 설과 한국 고유의 놀이 문화라는 설입니다(화투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 대마도 상인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고스톱 전문가' 이호광(2004년 작고)씨는 "일본에는 고스톱이 없었다"며 한국 고유의 놀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했습니다. 그는 고스톱의 기원을 '소몰이'에서 찾았는데요. 소몰이에서 계속하려면 "이랴", 그만하려면 "워"라고 했는데 "이랴, 워"의 영어식 표현이 바로 '고스톱'이라는 것이지요. 다소 생뚱맞기도 하지만 듣고 보니 그럴싸합니다.

셋부터 예닐곱까지 화투와 깔개만 있다면 남녀노소 둥그렇게 고스톱 집을 짓습니다. 이 작고 소박한 공동체 중심부에 같은 종류의 패 4장씩 총 48장과 몇 장의 스페어를 놓고 구성원간 규칙을 정하지요.

그 규칙은 지역마다, 고스톱 공동체마다 제각각입니다. 점 당 얼마로 할 것인가, 첫 '뻑'은 있느냐, 있다면 얼마냐, 마지막 '뻑'이 있느냐 없느냐. 세 번 싸면 얼마냐, 넉 장 들어오면 얼마냐, '광' 값은 얼마냐, '광박'은 있느냐, '따닥'과 '쪽'은 있느냐 등등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을 정한 후 전투(?)에 들어갑니다. 아마도 고스톱만큼 지방 자치가 잘 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가족, 친구, 이웃 등 끼리끼리 모여 치매 예방, 친목 도모, 스트레스 해소, 동양화 감상 등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고스톱은 우리네 놀이 문화를 대표하며 어제도 오늘도 꾸준하게 진행 중입니다.

'뻑(설사), 싹쓸이, 따닥, 쪽, 쌍피, 스페어, 광팔기, 광박, 피박, 고박, 독박, 쇼당, 쓰리고!, 포고!, 고!, 스톱!, 나가리, 고도리' 등 용어 하나하나에 우리네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고스톱은 가히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세 명의 승부사가 빚어내는 한판 승부! 희로애락 가득한 고스톱 세상을 들여다볼까요?

고스톱의 법칙1- 탁월한 선택

▲ 탁월한 선택
ⓒ2005 박병춘
탁월한 선택! 우리네 인생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입니까? 살다 보면 여럿 가운데 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의식주는 물론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빛깔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고스톱에서도 무엇을 선택하여 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나지요.

내 패 한 장과 바닥 패 한 장, 그리고 뒤집는 패 한 장이 만나 뻑을 하는가 하면, 따닥도 할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을 때 '비풍초똥팔삼' 중에 어느 한 장을 잘 버리면 쪽을 할 수도 있지요. 잘 버리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버림의 미학이기도 합니다.

뻑 중에는 ‘자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닥에 놓인 패와 같은 패를 냈는데 뒤집어서 또 같은 패가 나오면 '뻑'입니다. 그걸 다시 자기가 먹게 되면 상대방 피를 두 장씩 가져옵니다. 자신이 저축한 경우 후한 이자를 쳐 주는 셈이지요.

위험을 무릅쓰고 고를 할 것인가, 안전하게 스톱을 할 것인가. 이것은 화투장을 쥔 사람이 신중하게 선택할 문제입니다. 위험하지만 모험으로 쓰리고나 포고에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했기 때문에 고박을 당하기도 하지요. 고를 해도 되지만 상대방의 지갑을 생각해서 스톱을 할 때도 있습니다.

고스톱의 법칙2-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2005 박병춘
똥쌍피나 구쌍피를 기분 좋게 먹고 스페어 두 장을 연달아 뒤집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쩝니까. 뻑입니다. 물론 내 손에 남은 한 장이 있을 땐 자뻑을 했으므로, 마음 속 쾌감이 상대방 지갑을 비워 버릴 기세이겠지요.

그러나 상대방이 광 석장으로 스톱을 해버리면 끝입니다. 고스톱이란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내가 웅장하게 쓰리고를 했더라도 나머지 두 사람이 하나 되어 서로 밀어 주거나 싹쓸이, 따닥, 쪽 등 절묘한 상황이 연속해서 나타난다면 고박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이때 고박을 당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사람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지요.

그렇습니다. 적당히, 정도껏 가지면 될 것을 그만 한탕주의에 빠져 패배자가 되는 겁니다. 지나친 욕심을 화를 부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반면 고스톱에서 너무 몸을 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돌다리를 너무 두드리다 보면 소심한 플레이로 판을 재미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나쳐서도 안되고 모자라서도 안되는 것, 그 탁월한 선택의 묘미를 고스톱은 잘 보여 줍니다.

고스톱의 법칙3- 결속력 강화

고스톱은 두뇌싸움이기도 하고 기 싸움이기도 합니다. 때론 누군가에게 행운이 다가서느냐에 따라 판세가 좌우됩니다. 화투(花鬪)라는 단어에 싸움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처럼 세 명의 승부사들이 싸움을 하는 놀이이기에 결속력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스톱은 능히 결속력을 강화합니다. 특별히 대가족이 모인 명절에는 큰집, 작은집, 우리 집을 대표하여 선수가 선발되지요. 선수 주변에 몰린 직계존비속의 열띤 응원 속에 승리의 기쁨을 공유하고 큰 점수가 났을 때는 떡고물 개평도 나누며 집안이 화합하고 단결합니다.

판마다 일정량을 따로 떼어 음식을 나누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은 돌고 도는 고스톱의 매력인지도 모릅니다.

냉정한 도박이 아닌 바에야 많이 딴 사람은 많이 잃은 사람에게 전부나 일부를 되돌려주기도 합니다. 잃을 때는 섭섭했지만 되돌려 받을 때 갖게 되는 고마움이란 결국 작은 공동체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지요.

'독박' 박정희 고스톱·'싹쓸이' 전두환 고스톱, 김재규 고스톱까지

고스톱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고스톱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한국 현대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화투 중 비광에는 유일하게 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 있는 이 남자를 일제 시대에는 '이등박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비광에게는 깔린 패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패까지도 약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을 빗댄 것입니다. 또 이승만 정부의 사사오입 개헌을 풍자해, 5점부터는 10점으로 반올림하는 사사오입 고스톱도 있었습니다.

'마음 비웠다' 김영삼 고스톱

최규하 고스톱

일반적으로 싹쓸이를 하면 상대방에게서 피를 한장씩 받아오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피를 한장씩 줘야 한다. 전두환씨가 지휘하는 국보위에 눌려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한 최규하 전 대통령을 풍자한 고스톱.

노태우 고스톱

6월 열끗, 2 피, 9 피를 먹는 사람이 17점이 나는 게임이다. 6ㆍ29선언으로 대통령에 오른 노태우씨에게서 따온 것으로 17점은 6, 2, 9 세 숫자를 모두 더한 것이다.

김영삼 고스톱

선이 나머지 사람에게 패를 먼저 보여준 뒤 시작하는 고스톱. 대신 선이 이기면 점수의 2배를 받을 수 있었다.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자주 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따온 고스톱.

이민우 고스톱

점수를 냈을 때 자기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두사람에게 '고'인지 '스톱'인지를 묻는 고스톱. 80년대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김영삼, 김대중 양김씨 사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꼬집었다.

김대중 고스톱

92년 대선에서 낙선한 뒤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번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꼬집은 고스톱. 점수가 났을 때 일단 '고'를 부르고 다음 사람의 패를 보고 판세가 불리하면 스톱을 할 수 있다.

고스톱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혼란스러웠던 정치 상황만큼 이를 풍자한 수많은 변종 고스톱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박정희 고스톱'입니다.

유신 개헌 등을 풍자한 '박정희 고스톱'에서 선(先)은 자기 마음대로 규칙을 고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이 '쓰리 고' 이후 점수를 내지 못하면 '독박'을 씌워 상대방에게 점수를 내주는 '독박'도 박정희 고스톱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김재규 고스톱'입니다. 여기에서는 광 3장만으로 점수가 나거나 약단(초·청·홍단)으로만 3점을 내면 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왜 석장이냐면 김재규가 10·26 때 부하들에게 "똑똑한 놈 세 놈만 대기 시켜"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석장이면 일당백'인 셈이라나요.

1980년대에는 뜨거웠던 민주화의 열망만큼이나 풍자 고스톱이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80년대를 대표하는 고스톱은 바로 '전두환 고스톱', 이른바 싹쓸이 고스톱입니다. 이는 깔린 패를 싹쓸이했을 때는 마음에 드는 상대방 패를 한 장씩 가져오는 식인데, 광주 5·18을 무력으로 진압한 것을 빗댔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80년대는 최규하 고스톱, 이민우 고스톱, YS 고스톱 등 정치인들의 이름을 딴 고스톱과 아웅산 고스톱, 오리발 고스톱, 장세동 고스톱 등 다양한 풍자 고스톱을 낳았습니다.

최근 고스톱 판에 일대 지각 변동을 가져온 새로운 방식이 있었으니 바로 'IMF 고스톱'입니다. 이 때부터 지금 흔히 사용하는 조커 패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커 패에는 '쌍피'도 모자라 '쓰리피'까지 부여하며 점수를 키워 줬습니다. 점수의 2배를 쳐 주던 '흔들이'도 오동(11자)과 비(12자)는 3배까지 쳤습니다. IMF로 황폐해진 마음을 고스톱으로나마 크게 달래 보고자 하는 민심의 심란한 동요였다고 여겨집니다.

화투패에 울고 웃고... 대한민국 세상사 고스톱에 있네

'모른다' 오리발 고스톱

사우디 고스톱

1970년대 중동으로 나간 노동자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친 고스톱. 껍데기 취급 받는 흑싸리(4자)와 홍싸리(7자)를 대접하는 것으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생하는 자신들의 신세를 위안 삼았다.

오리발 고스톱

5자와 2자 8자를 먹고도 게임에 지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고스톱. 5공 청문회에 나선 증인들이 한결 같이 "모른다"며 오리발을 내민 것에서 나왔다.

오대양 고스톱

선을 잡은 사람이 판에 참가할 나머지 사람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고스톱. 6공 시절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오대양 박순자 사장이 집단도피 당시 신자들을 일방적으로 지목한 데서 따왔다.

이호광씨가 펴낸 <고스톱 손자병법>이라는 책에는 고스톱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다목적 승합차 안에서 한판 벌였다가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을 당하자 당한 쪽에 투자한 운전수가 쇼크를 먹고 교통사고를 냈다는 이야기며 중국집 주인이 종업원과 판을 벌였다가 마지막에는 종업원이 주인이 되고 주인은 종업원이 되었다는 얘기, 중소기업 사장이 고스톱을 쳐 보면 인간성을 알 수 있다면서 직원들과 고스톱을 쳐서 인사고과에 반영했다는 이야기까지. 고스톱이 없었으면 한국 사람들은 정말 심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구한 사연들이 많더군요.

이호광씨는 고스톱을 쳐 보면 그 사람의 인간됨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갑에 돈이 있으면서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일명 '가리족'이 있고, 초반 대량 득점을 한 후 급한 일이 생겼다고 둘러댄 후 줄행랑을 치는 '따고 배짱'식의 '선천성 도덕 결핍 불한당족'도 있다고 합니다.

오락을 빙자해 도박으로 변질되거나 오고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을 부르짖으며, 먹기 3판이 30분 연장 되고 결국은 꼬박 날밤을 새지만 않는다면 고스톱은 분명 즐거운 오락입니다.

한때는 여자들은 부엌에서 음식하고, 남자들은 안방에서 고스톱 치느라 바쁜 게 한국의 전형적인 명절 모습처럼 되기도 했습니다. 고스톱은 재미난 놀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명절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 당하기 십상입니다. 떡국 위에 놓인 고명처럼 명절 연휴에는 빠질 수 없는 고스톱, 그 중용의 지혜를 기대합니다.


출처 : 고스톱/이거만 알면 무조건 딴다?
글쓴이 : 야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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