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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가는 자

눈빛포스 2011. 12. 1. 10:15

구장회 목사의 신앙수첩
먼저 나가는 자
2011/12/01 10:33:25

 

목사고시가 진행되는 시험장에서 감독을 하고 있었다. 수백명이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답안지를 쓰고 있다. 열심히 답을 쓰는 사람, 먼 산을 바라보듯 답을 생각해 내고 있는 사람, 시험지를 뒤집으며 아는 문제를 찾아보고 있는 사람, 나는 시험을 치루고 있는 전도사들을 바라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렇게 많은 목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저들이 일 할 목회지는 적고, 저들이 목사가 된 후에 모두들 어디로 갈 것인가, 무임 목사로 방황하는 자는 없을런지…….” 걱정을 하면서 수험생들을 바라보며 통로를 오고 가고 있었다.
한 수험생이 나를 처다 보더니 이렇게 묻는다. “목사님! 지금 나가면 안되나요?” 시험이 시작된 지 15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규정상 30분이 지나야 나갈 수 있다고 말해 주고는 한마디 했다. “왜 벌써 나가려고 해요?” 그러자 그는 편치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내 뱉듯이 말을 했다. “아는 것이 없는데 앉아 있으면 뭐합니까?” 그의 시험지를 보니 백지 그대로였다.
30분이 지나자 “이제 다 쓰신 분은 나가도 됩니다. 시험 중입니다. 조용히 시험지를 내고 나가세요!”라는 멘트가 있자 여기저기서 시험지를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걸었던 전도사도 백지를 들고 앞으로 나아왔다. 시험을 볼 때 끝나는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시험을 치루는 사람들은 먼저 나가는 사람을 보고 부러워한다. “저 사람은 얼마나 공부를 잘했기에 벌써 답을 다 쓰고 나가나, 참 부럽다”
그러나 부러워할 것 없다. 먼저 나간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답안지를 잘 쓰고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이토록 하나도 답을 쓰지 못하고 포기하고 나가는 가련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전자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를 잘해서 답안지를 잘 쓰고, 좋은 결실을 맺고 기분 좋게 나가는 사람이고, 후자는 공부하지 않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답을 전혀 쓰지 못하고 기분이 상해서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다 공부를 잘하여 자신 있게 쓰고 나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먼저 나간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왜 먼저 나가는가?” 먼저 나가는 내용이 중요하다. 충분히 준비하고 좋은 결실을 거두고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먼저 나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나중에 시험 채점을 할때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한다. 불합격 판정을 받는 주제에 먼저 나간들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기도실에서도 기도응답을 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남보다 먼저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기도할 것이 생각나지 않고 기도가 되지 않아서 먼저 나가는 사람이 있다. 먼저 나가는 사람들의 형편이 이토록 틀린다. 스케이트 쇼트트랙 경기장 출발선에서 실력이 있어서 먼저 나가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부정출발로 먼저 나가는 사람도 있다.
공항 출국장에서도 보면 비행기에 탑승할 때 순서대로 입장을 시킨다, 먼저 입장을 시키는 사람이 있다. VIP 손님이라 먼저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중한 병자라서 휠체어를 타고 먼저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먼저 들어간다고 다 좋아할 것 없다. 실력이 있어서 먼저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먼저 나가든 맨 나중에 나가든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알차게 정답을 다 쓰고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나가는 사람보다는 할 일을 다 하고 자신만만히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1등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종 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큰 사업을 벌이는 사람, 목회자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현장으로 나아가는 사람, 충분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는 사람이 어떤 대회에 나가는 것은 결과가 뻔하다. 실패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남보다 먼저 나간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준비된 상태에서 먼저 나가야 한다. 시험 준비를 잘한 후에 시험장에서 정답을 다 기록하고 의기양양하게 먼저 나가는 자가 되어야 하겠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