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부사 (亡夫詞)....
건호 아버지 보세요
건호 아버지...!
이렇게 당신께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이 나이에 당신께 편지를
쓴다는 게 쑥스럽지만
마주보고 못하는 말을 글로 대신합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제게 많은 시련과 역경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씩씩하던
그 걸음걸이는 여전하더군요.
여보 힘드시죠...?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금쪽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날
당신 곁에 서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힘들어도 그 길은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 안하겠다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던 당신..!
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저는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년 당신을 지켜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당신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여보...
끝까지 힘내세요.
-당신의 아내 권양숙-
2002.11.19